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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사기의 여인들

사사기의 여인들 — 복을 구하던 입에서, 말 없는 몸까지

사사기를 사사 열두 명으로만 읽으면 책의 절반이 보이지 않습니다. 이 책에는 여인이 유난히 많이 나오고, 그들의 처지가 책의 타락 곡선과 정확히 겹칩니다. 사사들의 결격은 사사기의 예외들에서 다루었습니다. 이 문서는 사사가 아닌 사람들, 그중에서도 여인들이 어디에 서 있는지를 봅니다.

먼저 말해 둘 것이 있습니다. 아래의 되풀이는 제 인상이 아니라 본문을 전수로 세어 확인한 것입니다. 세어 보기 전에는 저도 그저 ‘여인이 많다’고만 생각했습니다.

1. 명부

  1. 악사 (갈렙의 딸)
    • 본문: 삿 1:12-15
    • 장면: 옷니엘과 혼인한 뒤 아버지 갈렙에게 밭만이 아니라 물 근원도 구합니다. 「내게 복을 주소서」라고 직접 청하여 메마른 남방 땅에 필요한 윗샘과 아랫샘을 얻습니다.
  2. 드보라
    • 본문: 삿 4:4-5, 5:7
    • 장면: 여선지자이자 사사로서 에브라임 산지의 종려나무 아래에 앉아 이스라엘 자손의 송사를 재판합니다. 바락을 불러 하나님의 명령을 전하고 전쟁에 동행하며, 노래에서는 자신을 「이스라엘의 어머니」로 부릅니다.
  3. 야엘 (헤벨의 아내)
    • 본문: 삿 4:21-22, 5:24
    • 장면: 도망쳐 온 시스라를 장막 안으로 들이고 이불로 덮어 안심시킨 뒤, 그가 잠들자 장막 말뚝과 방망이로 죽입니다. 드보라의 노래는 그를 「장막에 거한 여인들보다 복을 받을」 사람으로 칭송합니다.
  4. 시스라의 어머니
    • 본문: 삿 5:28-30
    • 장면: 창문과 창살 너머로 아들의 병거가 돌아오기를 초조하게 기다립니다. 시녀들과 함께 지체의 이유를 전리품과 포로 여인들을 나누느라 늦는 것이라고 해석하지만, 독자는 이미 시스라가 야엘의 장막에서 죽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5. 데베스의 한 여인
    • 본문: 삿 9:53-54
    • 장면: 아비멜렉이 망대 가까이 접근하자 성벽 위에서 맷돌 위짝을 던져 그의 두개골을 깨뜨립니다. 아비멜렉은 여인에게 죽었다는 말을 피하려고 무기 든 청년에게 자신을 찌르라고 명령하지만, 그의 죽음은 끝내 이 여인의 행동으로 기억됩니다.
  6. 입다의 딸
    • 본문: 삿 11:34-40
    • 장면: 입다가 승리하여 돌아오자 그의 무남독녀인 딸이 소고를 잡고 춤추며 가장 먼저 맞이합니다. 그러나 아버지의 경솔한 서원 때문에 기쁨의 환영은 비극으로 바뀌며, 딸은 두 달 동안 산에 올라가 자신의 처녀됨을 애곡한 뒤 아버지의 서원대로 처분됩니다.
  7. 마노아의 아내
    • 본문: 삿 13:2-23
    • 장면: 아이를 낳지 못하던 중 여호와의 사자를 먼저 만나 삼손의 출생과 나실인 규례에 관한 약속을 듣습니다. 그 말을 남편에게 정확히 전하고, 사자가 다시 나타났을 때에도 중심에 서 있습니다. 마노아가 죽을까 두려워하자, 하나님이 자신들을 죽이려 했다면 제사와 계시를 받지 않으셨을 것이라고 판단하여 남편을 안심시킵니다.
  8. 딤나의 여인 (삼손의 아내)
    • 본문: 삿 14:15-17, 15:6
    • 장면: 삼손의 수수께끼 답을 알아내지 못한 블레셋 사람들이 그와 아버지의 집을 불사르겠다고 협박하자, 울며 삼손을 재촉해 답을 얻어냅니다. 이후 다른 남자에게 주어지고, 삼손의 보복이 이어지자 블레셋 사람들에 의해 아버지와 함께 불에 타 죽습니다. 위협을 피하려 한 선택이 바로 그 위협의 실현으로 끝납니다.
  9. 가사의 기생
    • 본문: 삿 16:1
    • 장면: 삼손이 블레셋의 성읍 가사에 내려가 그에게 들어갑니다. 본문은 그의 이름이나 말, 이후의 행적을 전하지 않으며, 이 짧은 등장은 삼손이 위험을 알면서도 욕망을 따라 적진 깊숙이 들어가는 모습을 드러냅니다.
  10. 들릴라
    • 본문: 삿 16:4-5
    • 장면: 소렉 골짜기의 여인으로, 블레셋 방백들에게서 각각 은 천백을 받기로 하고 삼손의 힘의 비밀을 캐냅니다. 반복해서 삼손을 압박한 끝에 머리카락과 나실인 서원의 비밀을 듣고, 그를 잠들게 한 뒤 블레셋 사람들에게 넘깁니다.
  11. 미가의 어머니
    • 본문: 삿 17:1-4
    • 장면: 아들이 훔쳤다가 돌려준 은 천백을 여호와께 거룩히 드린다고 선언하지만, 그 가운데 은 이백을 세공업자에게 주어 신상을 만듭니다. 여호와의 이름, 헌신의 언어, 우상 제작이 한 장면에 뒤섞이며 사사 시대의 종교적 혼란을 보여 줍니다.
  12. 레위인의 첩
    • 본문: 삿 19:1-30
    • 장면: 베들레헴에서 레위인과 함께 돌아오던 중 기브아의 폭력에 넘겨져 밤새 학대당합니다. 새벽에 주인의 집 문 앞에 쓰러져 문지방에 손을 얹은 채 발견되지만, 본문은 그의 마지막 말을 기록하지 않습니다. 레위인은 그의 몸을 열두 덩이로 나누어 이스라엘 전역에 보내며, 그의 죽음은 내전의 계기가 됩니다.
  13. 노인의 처녀 딸
    • 본문: 삿 19:24
    • 장면: 기브아의 노인은 손님인 레위인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자신의 처녀 딸과 레위인의 첩을 무리에게 내어 주겠다고 제안합니다. 딸은 실제로 문밖에 내보내지지는 않지만, 아버지의 말 속에서 손님의 안전을 위해 희생할 수 있는 대상으로 취급됩니다.
  14. 야베스 길르앗의 처녀들
    • 본문: 삿 21:8-14
    • 장면: 베냐민과의 전쟁 뒤 남은 남자들에게 아내를 마련하려고 이스라엘 회중이 야베스 길르앗을 진멸합니다. 남자를 알지 못한 처녀 사백 명만 살려 두어 실로의 진영으로 데려오고, 살아남은 베냐민 사람들에게 넘깁니다. 이들은 자신들의 선택과 무관하게 공동체의 위기를 해결하는 수단이 됩니다.
  15. 실로의 딸들
    • 본문: 삿 21:20-23
    • 장면: 베냐민 남자들은 명절에 춤추러 나오는 실로의 딸들을 포도원에 숨어 기다렸다가 각자 한 명씩 붙잡아 아내로 삼습니다. 이스라엘 회중은 베냐민 지파를 보존하면서도 맹세를 어기지 않기 위한 방편으로 이 납치를 허용합니다. 사사기는 예배의 춤이 강제적인 혼인으로 바뀌는 장면으로 끝을 향합니다.

2. 이 명부가 말하는 것

첫째, 하나님은 셈에 들지 않는 자리를 쓰십니다. 사사기에서 결정타를 놓는 것은 군대가 아니라 장막의 야엘, 성벽 위의 이름 없는 여인입니다. 사사들이 결격투성이였던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사사기의 예외들). 구원의 근거는 사람의 자격이 아닙니다.

둘째, 여인들의 처지가 언약 공동체의 체온계입니다. 사사기는 ‘이스라엘이 얼마나 타락했는가’를 설교로 말하지 않고, 여인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보여 주는 것으로 말합니다. 복을 구하던 입이 침묵이 되고, 이름이 호칭이 되고, 춤이 납치가 됩니다.

셋째, 「각기 자기의 소견에 옳은 대로」(21:25)의 값은 약한 쪽이 먼저 치릅니다. 왕이 없다는 것은 정치의 공백이 아니라 지켜 줄 이가 없다는 뜻이었습니다. 레위인은 자기 첩을 문 밖으로 밀어내고, 아버지는 딸을 내어 주겠다 하고, 온 회중이 모여 처녀를 붙들어 오기로 결의합니다. 사람이 저마다 옳은 대로 행하면, 제일 먼저 값을 치르는 쪽이 정해져 있습니다.

그래서 사사기는 왕을 기다리게 만듭니다. 그리고 이 책이 끝난 바로 다음, 같은 시대를 배경으로 한 룻기가 베들레헴의 한 이방 여인을 데려옵니다. 사사기가 베들레헴에서 나온 사람들로 무너지고(삿 17:7·19:1), 룻기가 베들레헴에서 다윗의 길을 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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